'월 400만원 돌파' 오터레터 14개월의 교훈 ② - 관리해야 할 데이터
블루닷 얼라이언스 파트너 가운데 처음으로 월 400만원의 구독수익을 넘어선(2022년 6월27일) 크리에이터가 나왔습니다. 유료구독자수도 700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오터레터입니다. 미디어스피어의 공동창업자면서 유명 칼럼니스트인 박상현님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 박상현님의 노하우를 담은 이야기를 세차례 연재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유료구독자를 빨리 모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셨다면 마지막 연재까지 꼼꼼히 챙겨서 읽어보세요. [에디터 주]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콘텐츠를 쌓아두는 것보다 오디언스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은 거기에서 끝이다.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남겨주는 좋아요나 댓글 외에는 별다른 데이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라는 말은 경영학의 유명한 격언이지만, 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도 진리다. 언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내 콘텐츠를 보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확인할 데이터가 없다면 내가 만든 콘텐츠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런 데이터를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면 모를까, 플랫폼은 다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정작 콘텐츠를 만든 나는 볼 수 없다면 나는 결국 플랫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가볍게 소셜미디어를 즐기거나 그저 일기장처럼 사용하는 블로그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의 콘텐츠로 뭔가를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데이터의 획득은 필수다.
출범한 지 1년 여 만에 오터레터가 현재의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 건 블루닷(Bluedot) CMS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미디어스피어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유입분석결과 보고서 덕분이다.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오터레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직 분석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고, 나는 그동안 신문이나 페이스북에 쓰던 것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다양한 길이로 실험하고 있었다. 긴 글도 써보고 아주 짧은 글도 써봤다. 그냥 내가 본 콘텐츠를 별자세한 설명없이 전달하기도 해봤고, 다른 곳에 기고한 글을 가감없이 옮겨 실어 보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희미하게나마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 뭔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 정도만도 큰 소득이었다. 좋아하지 않는 포맷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인기가 있는 포맷으로 정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오터레터에서는 한 기사의 길이가 3,000자 안팎이 적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신규 유료구독자의 증가가 들쭉날쭉이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후 큰 인기를 끌고, 그 결과 많은 유입이 일어났는데도 신규 구독자는 전혀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별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구독자가 늘어날 때도 있었다. 한 마디로 깜깜한 방에서 벽을 더듬으며 출구를 찾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블루닷에 유입관련 지표를 분석한 대시보드(아래 표가 그 일부에 해당한다)를 제공하면서 단순히 "잘 터진" 글과 "새로운 구독자를 부르는" 글은 다를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공유하는 글과 구독을 시작하게 만드는 글은 오버랩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거친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면) 공감을 부르는 글은 공유가 많이 되지만 새로운 구독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공감성 글이라고 해도 그 안에 몰랐던 정보나 흥미로운 분석이 포함된 경우 신규 구독이 발생한다. 이 보고서는 내가 막연하게 짐작만 해오던 것을 확인해주기도 했고, 착각이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효과는 이를 받아보면서 부터 직관적으로 넘겨짚는 버릇을 버리고 데이터로 확인하는 작업을 익히게 된 것일 거다. 가령 나는 신규 구독은 토요일과 일요일 같은 마음 편한 주말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월화수에도 글이 마음에 들면 신규 구독은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목요일, 금요일은 여전히 구독을 끌어내는 게 힘들 요일이지만, 불가능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유료 구독자 유지(retention)는 또 다른 얘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