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창작자 경제' 투자하는 까닭
글로벌 VC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2를 통해 창작자 경제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디인포메이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 젤리스맥(Jellysmack)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스파터(Spotter)에 이르기까지 10여 곳 8억 달러 이상을 창작자 경제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창작자를 위한 쇼핑앱인 LTK에 무려 3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펀딩했습니다.
네이버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3월8일 네이버는 글로벌 창작자 후원 플랫폼인 패트리온에 118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네이버는 "창작자 경제 시장 확대를 위해 패트리온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중장기적인 사업협력 기회를 발굴하는 게 목적"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창작자경제 스타트업 | 소프트뱅크의 펀딩 금액 | 현재 가치 |
---|---|---|
Spotter | 2억 달러 | 17억 달러 |
LTK | 3억 달러 | 20억 달러 |
Picsart | 1.3억 달러 | 10억 달러 |
Jellysmack | 비공개 | 10억 달러 |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창작자 경제는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전문 투자자들만이 노크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창작자경제 플랫폼이 여럿 등장하면서 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입니다.
창작자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주로 개별 창작자들보다는 창작자들을 도와주는 툴이나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픽스아트(Picsart)나 LTK, 젤리스맥도 넓게는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 영역에 해당합니다. 네이버가 투자한 패트리온도 창작자 경제 플랫폼에 해당하고요. 최근에는 AI라는 기술적 기반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창작자 경제 툴&플랫폼에 투자 집중 흐름
일단 소프트뱅크는 초기 투자보단 이미 웬만큼 몸집을 키워 비즈니스의 규모를 달성한 단계(주로 시리즈B 이후)를 더 선호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규모를 봐도 대략 짐작이 됩니다.
창작자 경제의 부상은 관심 경제의 피로와 회피와 맞물려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로 상징되는 소셜미디어 기반 창작자들은 광고와 커머스의 매개를 바탕으로 수익을 건져올렸습니다. 하지만 관심 경제 기반의 광고 수익모델은 인플루언서를 마케팅 수단으로 동원하면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강제해왔죠. 하지만 창작자의 재위치하는 순간부터는 생산 행위가 더 강조됩니다. 그리고 수익모델이 달라지게 되죠. 생산행위와 결과에 대한 커뮤니티의 직접적인 보상을 핵심 수익원으로 장착하게 됩니다. 수익 규모도 더욱 커지게 마련이고요.
뉴요커(NewYorker)는 인프루언서와 창작자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 바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는 팔로어에 대한 한 개인의 자기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흐릿한 카리스마는 쉽게 마케팅향으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크리에이터는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게시하는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고 사용자 생성 플랫폼을 매력적이고 수익성 있게 만드는 집단의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이 됐습니다.(The word “influencer” emphasized a person’s magnetic effect on her followers, a nebulous charisma easily turned toward marketing. “Creator,” by contrast, stresses that everyone posting on social media is producing something, pitching in to the collective effort of making user-generated platforms compelling and thus profitable. This idea has proved highly marketable:)
사실 이러한 흐름은 팬데믹이 일부 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일부 산업에서 실직한 이들이 창작자 경제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급격히 커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장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더 큰 변화를 일으켰고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프트뱅크 또한 이러한 큰 흐름에 주목하고 있기에 창작자 경제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단기적 흐름이 아니라 직업과 창작행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사고가 변화하는 측면, 그리고 그 보상으로서 직접 수익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몇몇 창작자 플랫폼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스포터(Spotter) 설립자이자 CEO인 아론 드베보이즈(Aaron DeBevoise)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의 이번 투자는 창작자 경제가 새로운 시대로 성숙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창작자 경제 새로운 시대로 성숙해 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디어스피어의 블루닷이 창작자 경제의 수익다각화를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입니다. 구독이라는 수익원을 넘어서, 온라인 강좌, 웨비나, 지식커머스를 통한 직접 수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창작자들의 시도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익 다각화뿐 아니라 수익의 효율적 관리를 도와드리는 툴들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창작자 경제의 진화를 상징하는 플랫폼인 셈입니다.
국내에서 창작자 경제의 시장이 커질수록 창작자들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지원하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스포터처럼 창작물의 권리를 바탕으로 자금을 보조하거나 대출하는 재무서비스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요.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갖추고 창작자의 세계로 나설 것인가일 겁니다. 이는 직업과 직장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변화를 상징하는 문화적 현상이기에 그 속도는 빠를 수도 또는 더딜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흐름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미디어스피어의 블루닷이 이 흐름을 가장 가까에서 관찰하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