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경제 2.0과 시장의 분화

창작자 경제의 성장세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유튜브 중심의 창작자 경제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어서인지 한국에서는 그것의 파괴력이나 경제적 의미 등을 세분화해서 접근하는 관점이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과거 블로그 시대의 재탕 정도로만 이해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딱히 구분되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고 보는 분도 계시고요. 모두가 이해가 되는 측면들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창작자 경제가 왜 다음 경제 시스템의 중추요소로 자리잡게 되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창작자 경제 2.0의 핵심 가치 : 수익화 도구의 독립적 소유

출처 : https://signalfire.com/blog/creator-economy/

저는 거칠지만 과거의 창작자 경제를 1.0(1세대 창작자), 지금의 창작자 경제를 2.0(2세대 창작자)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 둘은 나누는 핵심 가치는 '수익화 도구를 창작자가 독립적으로 소유하는가'입니다. 창작자 경제 1.0 시대, 이를 블로거, 유튜브, 인플루언서라고 불러왔습니다. 이들에겐 수익화의 도구가 독립적으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이 구성한 생태계에서 광고 수익이라는 간접 모델에 의존해 왔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들만의 콘텐츠와 기예를 통해서, 플랫폼의 보조를 얻어 획득한 관심을 광고 수익으로 전환했습니다. 개별 블로거, 유튜버라고 일컬어지는 1세대 창작자들은 그들만의 수익화 도구를 독립적으로 가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플랫폼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플랫폼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은 곧 멱함수 법칙의 하위 체계로 편입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상위 1:10:89의 법칙 혹은 1:99의 법칙에 의해 1% 창작자만 수익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층은 그래서 1% 남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의 창작자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1%의 보조재로서 존재해야만 했습니다.

빅 플랫폼 중심의 플랫폼 경제는 관심 경제라는 구도에 기반해 일부에게만 자본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플랫폼 권력의 분산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창작자들은 이들 플랫폼에 기생하면서 일부는 풍요를 일부는 빈곤을 결과로서 받아들여야 했죠. 플랫폼 권력의 분산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특히 수익화 도구의 독립적 소유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이 구조를 깨트리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Atelier Ventures의 창업자인 Li Jin(참고로 Atelier Ventures는 서브스택 등 창작자 경제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를 해 왔습니다.)은 이렇게 말합니다.

"플랫폼 중심의 광고 기반 경제는 web2 시대를 이겼을지 모르지만 그 승리가 불가피하거나 최종적인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에 대한 창작자의 인내심은 정당성 위기가 싹트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얇아지고 있음을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업, 팬과의 관계,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의 권리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창작자 경제 2.0은 다릅니다. 모두가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는 시대를 넘어서, 모두가 수익화 도구를 독립적으로 보유/소유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던 수익화 도구와 경로를 개별 창작자들에게 분산시킴으로써 새로운 경제 유형이 창발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1% 창작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수익화 도구의 확장과 다양성이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창작자 경제 2.0은 바로 이 영역의 성장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A16z에 기고한 Dan Runcie의 구분법입니다. 창작자 경제 2.0(제가 정의한)의 주체를 애호가, 전업 창작자, 스타, 모글 4층위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이들 층위는 각각 별개의 시장을 구성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99%가 어린 시절의 꿈을 쫓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까? 아니면 1%가 더 강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까? 아니면 0.1%(그리고 0.01%)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부를 확장하고 있습니까? 이 그룹들 각각은 서로 다른 고충점들이 있습니다. 해결 가능한 전체 시장이 수십억 명의 사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 중 일부는 간과되곤 합니다."
출처 : https://future.a16z.com/creator-economy-levels/

창작자 경제 2.0은 1% 중심의 인플루언서 경제와는 다릅니다. 99%가 지속가능한 수익화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99% 창작자 또한 독립적으로 수익화의 도구를 소유하고, 그들이 그들의 기대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제 구조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 창출 도구가 이들에게도 온전하게 독립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애호가가 전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발판과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합니다.

하지만 각각은 서로 다른 시장으로 존재합니다. 그건 각각 층위마다 고충점이 다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취미 수준의 창작자와 전업 수준의 창작자가 동일한 고충점을 갖고 있다면 너무 멀리선 본 것입니다.

미디어스피어는 국내 상황을 감안, 3개 층위로 2세대 창작자가 구성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취미형 창작자, 전업 창작자, 스타 창작자가 그것입니다. 이들이 관심 경제라는 간접 수익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플랫폼에서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느냐가 지속가능성을 좌우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수익화 도구를 독립적으로 소유해야만 합니다. 플랫폼들이 이를 허용할리는 만무합니다. 데이터 포터빌리티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창작자 경제 2.0과 권력의 이동 방향

상위 1%가 아니라 나머지 99%의 창작자들에게 독립적인 수익화 도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매일매일 생겨나고 있습니다. VC로부터 펀딩받는 단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직 계량화된 명확한 시장 규모(AM)가 도출되지 않고 있지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서브스택, 메이븐, 미러, 컨버트킷, 렐리, 오픈시 등등. 이젠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익화 도구들이 2세대 창작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가리키는 방향은 뚜렷합니다. 퍼블리셔(인터넷 초기) -> 플랫폼 -> 창작자로 권력의 방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수익화 툴들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배분의 비율이나 데이터의 소유권 등은 기존 플랫폼들과 현격하게 차이가 납니다. 1세대 창작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직접 수익화의 길이 이들 도구들에 의해 열린 셈입니다.

미디어스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2세대 창작자들에게 수익화 도구를 넘어 그들이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광고라는 간접 수익 방식과 그것의 폐해에서 벗어나 자신들 고유의 수익을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창작자 경제 2.0의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타들만을 우선 타깃으로 삼지 않고 아직 분화하기 직전인 전업 창작자 그리고 그 앞단의 취미형 창작자들에게 유용한 수익화 도구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충점의 분화가 한국에서는 아직은 명징하게 발생하지 않고 있기에 묶일 수 있는 것이죠.

다시 강조하지만 창작자 경제 2.0은 '수익화의 도구를 창작자가 독립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운영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 시장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시작됐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독은 그 중 하나의 선택지일 뿐입니다. Mirror의 사례처럼 NFT를 활용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Shopify처럼 커머스도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수익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온전하게 자신만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플랫폼에 종속된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립적인 브랜드로요.

미디어스피어가 창작자 경제에 집중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